" 아이의 장애 앞에서 배운 은혜의 언어 김유리 그림 장애공존_네 번째 이야기 ‘죄책감’은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라면 한 번 이상은 느꼈을 감정이며, 어쩌면 부모라는 이름표를 단 순간부터 평생 따라다니는 그림자 같은 감정일지도 모릅니다. ‘죄책감’을 ‘저지른 잘못에 대하여 책임을 느끼는 마음’이라고 사전은 정의합니다. 이러한 정의는 부모의 죄책감을 다룬 연구 결과와 함께 살펴보면 더욱 분명해집니다. ‘죄책감’은 양육 과정에서 부모가 느낄 수 있는 여러 감정, 즉 분노나 좌절, 슬픔 등의 감정 중, 두드러지게 많이 보이는 연구 주제 중 하나입니다. 연구자들은 ‘죄책감’이 부모로 하여금 부정적인 선택을 하게 하거나 문제 해결을 가로막는 가장 깊은 뿌리가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또한, 많은 연구가 특별히 ‘어머니’의 죄책감에 주목합니다. 세상의 속도는 따라갈 수 없을 만큼 빨라졌지만, 여전히 양육은 오롯이 ‘어머니의 몫’이라는 사회적 인식 아래 ‘장애가 있는 아이를 돌보는 주 양육자는 엄마’로 한정되곤 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양육의 책임과 ‘죄책감’의 무게가 엄마에게 쏠려 있다는 근거가 됩니다. 아토피로 밤새 잠을 설치며 피가 나도록 긁는 아이 곁에서,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고 우는 아이를 뒤로하고 출근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발달장애나 자폐와 같은 장애 앞에서 엄마라는 이름은 항상 ‘죄책감’과 짝을 이룹니다. 저 역시 예외 없이 아이의 장애 판정 이후, 극심한 죄책감에 시달렸습니다. 아이의 장애를 ‘내가 저지른 잘못의 결과’라는 사전적 의미 안에 스스로를 가둬버렸습니다. 출산 직후 아이의 뇌출혈위기로 시작된 죄책감은, 갓 돌이 지나서야 발견한 ‘청각 장애’로 극에 달했습니다. 누군가는 어떻게 아이의 청각 장애를 1년이 다 되어 발견할 수 있느냐고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유독 집중력이 좋고, 호기심이 많았던, 유난히 눈치가 빨랐던 아이를, 엄마가 처음이었던 제가 의심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산후조리는 저에게 사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