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 많은 아내와 함께 살기가 힘듭니다
저는 63세 남자입니다.
평생 다니던 직장에서 퇴직하고, 바로 재취업하여 몇 년 일하다가
이번에 또 쉬게 된 사람입니다.
1남2녀의 자식들은 다 결혼했고
같이 사는 건 아내뿐입니다.
그런데 아내가, 저를 마음 편히 지내게 가만두지를 않습니다.
아내는 왜 그렇게 욕심이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제 생각에는, 아내와 제가 꾸려온 인생이 그럭저럭 성공한 편이고
매사에 감사하며, 이제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살 때입니다.
그런데 아내는, 자꾸 뭐가 필요하다, 우리한테는 뭐가 없다, 나는 이런 걸 못하고 있다,
이런 소리를 하며 스스로를 포함해서 주변사람까지 채찍질합니다.
제가 퇴직할 때도, 하루라도 더 쉬면 큰일날 것처럼 초조해했고
자식들문제에 있어서도, 흘러가는대로 두지 못하고, 불만이 많습니다.
아내가 말하는 여유로운 노년에는, 훨씬 더 많은 돈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현재진행형으로 돈을 벌어들이는 남편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저는 지쳤습니다.
일을 재미로 하고 싶지, 의무로 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내는 저에게, 놀면 뭐하냐, 놀면 남는 게 뭐냐고 하는데
저는 노는 게 아니라 쉬는 거고,
더 이상 뭔가를 남기기 위해 아등바등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남자는 일을 해야 안 늙는다는 말도 듣기 싫습니다.
돈을 벌 때와 못 벌 때 대접이 백팔십도 달라지는 것도 참 인간적으로 싫습니다.
실은 이번에 제가 다니던 직장을 또 그만두게 되었는데
그게 제 자의로 선택한 것도 아니고,
회사의 사정상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도, 아내의 눈치가 보이고, 마음이 불편하니 어쩌면 좋습니까?
처음엔 아무 말 없던 아내가 나날이 까칠해져 갑니다.
그러다가 며칠 전부터 제가 인문학 강좌를 듣고 다니는 걸 보고 화를 냅니다.
나 같으면 그럴 시간에 일이나 구해보겠다 소리를 기어이 합니다.
제가 왜 그래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왜 일 못 해 환장한 사람처럼 살아야 합니까?
이 나이에.
평생 열심히 벌어주면 늙어서 당당할 줄 알았는데
벌다가 안 버니 눈칫밥이 보통이 아닙니다.
욕심 많은 아내와 살기가 너무 힘듭니다."
[출저: 조선일보 "별별다방으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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