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미의 심리상담소
맞벌이 하는데도 갑질하는 남편
Q. 맞벌이 후 멀어진 남편, 대화를 원해요
맞벌이 후 남편과의 사이가 나빠졌습니다. 남편은 일을 시작한 제 모습이 나태해 보이나 봅니다. 피곤하다보니 조금 소홀하긴 했으나, 그래도 나름대로 노력을 하며 집안일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남편의 입에서 ‘살림 좀 잘 해’, 아기 케어 잘 해’, 심지어는 돈 좀 아껴 쓰라는 소리까지 나왔습니다. 어떤 부분이 제가 잘못하고 있는 부분인지 물으면 혼자 생각해보라고 합니다. 대화를 하려고 하면 거부하고, 제가 물으면 따진다고 생각하며 듣지를 않습니다. 저는 대화를 원하는 건데 남편은 대화 자체를 거부합니다.
A. 조선미X김현정 박사님의 솔루션!
제가 이 사연에 제목을 붙여봤어요 <갑질남편>. 이런 남자들 많아요. 정말 화가 나죠. 하나하나 따져보겠습니다. 맞벌이를 한 다음에 사이가 나빠졌다고 했어요. 그럼 원래 맞벌이를 안 하셨겠죠? 그런데 ‘맞벌이를 시작하면서 남편과 이야기를 안 하셨나?’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왜냐하면 맞벌이를 하려면 “여보 나도 일을 좀 할까 해.”라고 서로의 동의가 필요하죠. 이 과정에서 합의를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왜냐하면 합의할 때 여러 가지 배분이 돼야 하거든요. 집안일에 대해서 합의가 안 된 것 같아요. 그러니까 나는 돈도 벌고, 집안일도 하고, 아이 보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하겠다는 이야기가 없어요.
제가 화가 나는 부분은 이것입니다. 남편의 입에서 ‘살림 좀 잘하라는 소리, 아기 케어 잘하라는 소리, 심지어는 돈 좀 아껴 쓰라는 소리’까지 나왔습니다. 이 3가지 중에서 마지막 게 제일 말이 안 돼요. 내가 돈 버는 데 돈을 왜 아껴 써요? 말이 앞뒤가 안 맞아요. 뭔가 자격지심이 있고, 괜히 뭔가 트집 잡고 싶으니까 되지도 않는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남편이 벌어오는 게 일단 넉넉하지 않아, 그래서 내가 좀 일을 해서 돈을 보태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남편이 속이 좁아요. 속이 좁아서 벌어오는 건 좋은데 그것 때문에 기죽기는 싫은 거죠. 고맙다고 말을 하면 되는데 그 말은 못 하는 거죠. 자존심이 상해서 괜히.
왜냐하면 그 다음 대목이 어느 부분이 잘못됐냐고 물으면, ‘생각해 봐’ 이건 자기도 모르는 것이거든요. 그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른다고 하는 건 남편이 드러내놓고 아내가 뭘 잘못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그냥 자기도 기분이 나쁜 거죠. 남편 스스로 뭔가 불편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자, 그럼 이 분의 남편이 뭔가 전반적으로 기분이 나쁘고 아내와 말하고 싶지도 않고 짜증만 난다. 이런 상황이라면 아내분이 남편을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에게 데려가 우울중이나 남성갱년기인지 알아보셔야 해요. 또, 아내 분은 굳이 화가 난 상태에서 자책하지 않아야하고, 이게 내 문제가 아니라 저 남자가 속이 안 좋구나. 꼬였구나, 어딘가 불편한가보다~ 라는 생각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다음 또 하나 드는 생각이 우리나라 여자들은 가정을 이루면 가족의 감정을 책임지려고 하는 경우가 참 많아요. 만약 아이가 기분이 나쁘면 ‘아 쟤가 왜 기분이 나쁘지? 내가 좀 마음을 풀어줘야 하는데?’ 남편이 기분이 상해있으면 ‘왜 그러지? 좀 기분 좋게 지냈으면 좋겠는데?’
그런데 지금 남편이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안 하는 것을 보면, 구체적으로 아내분이 특별히 잘못하는 건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남편 기분이 안 좋은 건 남편 본인의 문제일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저는 남편이 충분히 자기 생각이나 감정을 정리할 수 있을 때 까지 굳이 대화를 하려고 지나치게 애쓰지 않는 게 좋지 않나, 남편도 대화 할 준비가 되어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아내 분이 너무 잘하시면 안 돼요. 아니 어떻게 일도하고, 아이도 보고, 집안일도하고, 돈도 모아요. 그거 다 여자가 다 해야 해요? 적당히 하셔야 해요. 아이와 시간보내기도 모자라는 판에. 지금 이 시점에서 돈까지 모으면 아이가 케어가 안 되거나 집이 엉망이 되거나, 뭔가가 또 한 곳에서 삐져나오게 되어 있거든요.
그러나 이 셋 중에서 제일 중요한 건 아이 케어이기 때문에 집도 엉망이어도 되고, 돈도 안 모아도 돼요. 일단 아이가 좀 커서 자기 앞가림을 할 때까지는 돈을 못 모읍니다. 모을 생각하면 마음만 아프고 속만 꼬여요. 누구네 집은 엄마가 일도 안하면서 도우미도 쓰면서 집도 사는데, 그럴 필요도 없고 되는대로 사는 거예요. 남편 눈치를 보기보다는 아이를 돌보는 것을 먼저 신경을 쓰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 사례 정리를 해 보겠습니다.
일단 맞벌이를 할 때 두 분이 합의한 내용이 있나 살펴보시고요. 그것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 정도 이야기도 안 되고, 남편이 계속 대화를 안 하려고 한다면 그건 지금 남편분이 불편한 상태라서 대화 할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겁니다. 그래서 굳이 이럴 때 대화를 하자고 다가가기 보다는 남편이 자기감정을 정리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시는 게 좋을 것 같고요.
가장 중요한 건, 이런 상황에 아이가 눈 밖에 나서 케어를 못 받을 수 있어요. 그래서 부부관계보다는 아이와 관계에 조금 더 초점을 갖고, 내가 지금 맞벌이를 하는 상황에서 안정되게 아이를 돌보는 것에 1차적으로 집중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출저: EBS 육아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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