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갈등은 남의 나라 이야기인 줄 아는 남친.
- 784
- mrs****
- 2018-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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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서른 살 미혼여성이구요.
결혼을 생각하며 만나고 있는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아직 상견례나, 구체적인 준비는 안 했지만
서로 얘기는 많이 합니다.
결혼하게 되면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
그런 얘기요.
그런데 제 고민은, 남자친구의 남다른 생각과 태도입니다.
나이에 비해, 또 사회 경험에 비해 턱없이 이상적인 생각에 빠져 있습니다.
직장에서는 유능하고 눈치 빠른 것 같은데
결혼에 관해서는 어쩌면 그렇게 도덕 교과서 같은 말만 하는지요
남친의 집은, 할머니가 아직 생존해 계십니다.
남친 부모님이 모시고 살고 계세요. (이십년 이상)
그래서 제가 그랬죠.
어머님이 참 힘드셨겠다고요.
그러니까 남친이 하는 말, 아니야. 두 분이 모녀보다 더 사이 좋으셔서 힘든 거 없었어.
아무리 그래도 모녀하고는 다르지.
그러니까 하는 말.
우리 엄마는 친정 엄마보다 시어머니가 더 좋았대, 시집올 때부터.
그리고 어른하고 살면 배우는 것도 있고, 도움도 받고 좋지 뭐.
말문이 막히고 좀 답답하더군요.
말은 다 맞는 말인데, 현실과는 괴리감이 느껴지잖아요.
남친의 집안 분위기가 정말 그러한지,
아니면 남친이 눈치가 없어서 혼자 그렇게 생각하는지 의아하더군요.
다행히(?) 저더러 시부모님 모시고 살자는 말은 전혀 안 합니다.
하지만 고부 갈등 같은 건 남의 나라 이야기인 줄 압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둘 중 하나는 악녀라야 갈등이 있는 줄 알아요.
그리고 매사에 조심하지 않으면 갈등이 생기는 걸 모르고
진심이면 다 통하는 줄 아네요.
부모님이 널 딸같이 아껴줄 테니 걱정마라.
너는 천성이 착하고 유순해서 아무 문제 없다.
물론 듣기 좋은 말입니다만, 진심으로 그렇게만 믿고 있지 아무런 경계가 없어요.
저, 그렇게까지 착하지 않거든요.
그리고 며느리를 딸처럼 생각할 부모님이 정말 있을지도 의문이고요.
들을수록, 남친의 집안이 궁금하고, 그 분위기가 부담스럽습니다.
가만보니, 어머님이 모든 걸 참아오신 거 같아요.
할머님은 한 성격하시는 분이고, 까다로우시다는데
어떻게 집안에 큰소리가 한 번도 안 났을까요?
심지어 어머님은 자식들 앞에서 불평도 안 하신 듯...
그런 어머님을 보고, 세상이 그렇게 단순하고 아름다운 줄 알고 자란 남친
그런 남친 믿고 시집을 가려니
정말 걱정되고, 부담되네요.
저는 그런 타고난 맏며느리감이 아니라서요.
제가 결혼해서 문제 생기면, 다 사람 잘못 들어와서 그렇다고 할 것 같아요.
그렇다고 진짜 갈등이 생기기도 전에, 이런 문제로 남자친구와 설왕설래
논쟁을 하기도 그렇고요......
결혼하면 자연히 알게 되는 걸까요?
아니면, 결혼하면 제 맘고생이 시작되는 걸까요?"
[출저: 조선일보 "별별다방으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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