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죽음을 준비하고 싶어요"

 

아버지의 죽음을 준비하고 싶어요

허그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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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1. 17:451,709 읽음

아버지의 죽음을 준비하고 싶어요.

질문) 최근 아버지가 노환으로 자주 응급실에 가시거나 입원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아버지와 이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예상하게 됩니다. 저는 불안에 휩싸이는 기분을 때때로 느끼게 되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막막하고 무기력해 집니다. 어린 시절에 엄마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몇 년 전, 아버지가 자신의 죽음이후에 대한 말씀을 하셨을 때, “저는 아직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준비가 되지 않았어요. 엄마의 죽음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아버지와의 이별은 준비된 후에 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니 아버지가 건강을 잘 돌보세요”라고 하였는데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준비가 된 것 같지 않아요. 가족의 죽음에 대한 저의 마음을 살펴보면서 막연한 두려움과, 한 편으로, 준비된 좋은 이별을 하고 싶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맏이로써 제가 어떻게 하면 우리 가족들이 아버지와 이별을 잘 할 수 있을지 도움을 부탁드립니다.   답변) 질문자님은 현재 아버지의 죽음을 앞두고 걱정이 많으신 것으로 보여 집니다. 죽음을 앞두게 되면 응급실이나 입원이라는 병원출입이 많아지게 되지요. 그럴 때 가족들은 불안과 우울, 때로는 무력감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들의 한계를 느끼게 됩니다. 또한 어린 시절에 엄마의 죽음을 경험하였다면 아버지의 생존이 더욱 소중할 것 같습니다. 내용 중에 아버지와 이별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말이 마음에 무겁게 닿습니다. 가족이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에 대한 정서적인 면과 태도에 대한 숙고는 막상 임종을 맞이했을 때, 가족들이 혼란으로 당황하지 않고 서로가 지지하고 정서적으로 조력하면서 서로를 돌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맏이라는 입장의 책임감과 현재 부모에게 적절한 역할을 감당하고 싶은 질문자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또한,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하는 것은 남겨진 가족들에게 참으로 소중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가족은 일상은 공유하면서 정서적으로 첨예하게 상호작용하며 역동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가족은 서로가 적당한 심리적 거리를 필요로 하고 내적으로 성숙하고 불안을 조절할 수 있다면 건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심리적인 성숙도가 낮으면 불안한 상황에서 대처나 조절이 어려울 것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부모의 죽음이라는 현실에서 가족들의 불안이 과도해 진다면 긴장이 높아지고 심리적 유연성을 잃게 됩니다.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불안은 죽음처럼 실제적이거나, 죽음과 관련한 가족의 정서적 변화처럼 가상적이기도 합니다.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는 불안을 내포하고, 특히 부모의 죽음이라는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활성화 될 수 있습니다. 질문자가 느끼는 우울과 불안, 무기력 또한 현재의 상황에서 보이는 정상적인 과정일 것입니다. 

위기의 상황이 되면 개인은 자신의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자 하며 그 과정에서 다른 가족의 스트레스를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문제 그 자체보다 가족 내 불안의 악순환이 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방식이나 관리하는 방식에 따라서 한 사람에서 시작된 불안은 궁극적으로 다른 가족에게 전염될 수 있습니다. 가족의 성숙, 즉 분화수준이 낮거나 정서적으로 예민할수록 감정전염에 취약할 수 있습니다. 자녀들은 다른 형제, 자매의 괴로움보다 부모의 괴로움에 더 예민하게 반응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한 사람의 보다 성숙한 태도는 다른 가족들이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가족이 진단을 받거나 투병중이거나 임종을 앞둔 상황에서, 불안은 우리를 시간과 함께 만성적인 두려움 속으로 몰고 갑니다. 사실 죽음 앞에서 불안과 감정적 반응은 적응적 기능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죽음에 대해 고조된 각성상태나 두려움으로 안절부절하게 되면 다양한 신체변화와 심리적인 과잉반응, 감정을 억압하거나 회피, 외면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습니다. 불안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타고나는 것과 학습되는 것이 있는데 만성불안에서 학습은 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만성불안으로 주로 관계체계의 균형에서 장애를 일으키는 사람들의 반응으로 부모들이 불안을 대하고 처리하는 방식을 배우게 됩니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센리 티스데일은 미국 성인의 약 2/3가 때로는 죽음에 직면했을 때, 사람을 그냥 죽게 내버려두는 것이 합당하며 가능한 한 오래 사는 것보다 고통 없이 평안하고 차분하게 죽는 걸 좋은 죽음이라고 합니다. 또한 좋은 죽음은 흔히 가족과 친구 등이 삶을 되돌아볼 기회가 된다고 하며 죽음을 통해 남은 이들의 변화를 추구할 수 있습니다.
좋은 죽음이란, 실상을 제대로 보는 것이라 할 수 있으며, 아울러 임종 과정을 어떻게 지원할지 미리 상의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임종과정은 병상에 누워 있는 사람이 주도하도록 하며 죽어가는 사람이 원하는 것을 지원해야 한다고 쓰고 있습니다. 그것은 사전에 작성해둔 서류, 평소 나눴던 대화, 당사자의 바람으로 알려지거나 추측되는 점을 바탕으로 하여야 합니다. 또한, 시간이 허락된다면 귀 기울여 아버지의 말씀을 듣기를 권유합니다. 마음이 불안하면 얘기를 듣고도 잘 기억을 못하게 되니 차분하게 요구를 듣고 궁금하면 질문을 하고 솔직하게 대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때로 가족의 죽음이 신체적, 정서적 고통을 유발하고, 몸과 마음은 긴장과 수축을 느끼며 저항하게 됩니다. 이때 도움이 되는 방법은 마음챙김을 하는 것입니다. 마음챙김은 순간순간의 경험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으로 삶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입니다. 즐거움을 느끼든 고통을 느끼든, 늘 변화하는 삶을 그 자체로 존중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것입니다. 자신이나 다른 가족이 저항 없이 슬픔과 고통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마음챙김에 머물러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죽음이라는 외상 사건을 경험하고 난 후에, 슬픔으로부터 긍정적인 의미를 발견하고 성찰적 사고로 나아가게 되면 외상 후 성장이라는 새로운 의미의 창조와 긍정적인 변화로 안녕한 삶에 다다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가족의 죽음을 통하여 남은 이들이 서로를 수용하고 임종하신 이의 삶에 대한 존중과 감사를 나누며 남은 삶을 새로운 관점으로 조망할 수 있다면 아름다운 이별의 선물이 될 것이라 여겨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