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편의 그 여자. 내가 모르는 줄 알겠지만... (1)
- 760
- mrs****
- 2018-07-24
- 조회 1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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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2년차 부부입니다.
12년 전 결혼식장에 걸어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저는 제 결혼이 참 무난하고 평범하다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결혼하고 얼마 있다가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남편이 저를 만났을 때, 실은 교제중인 여자가 있었고
그 여자와 무리하게 헤어지고 저와 결혼했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그 여자와 무척 오래 사귀어, 그 존재를 시집에서도 다 알았었다는 거...
물론 저를 만나기 전에 깊이 교제한 사람이 있을 수 있죠.
하지만 제가 충격을 받은 것은, 그 모든 사실을 너무도 감쪽같이 숨겼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제가 그들이 헤어지는 이유가 됐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냥 덮고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그만큼 저와의 인연이 깊었나보다 생각하고 과거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마음처럼 쉽지 않더군요.
상대 여자가 누구인지 전혀 모르고, 알 길도 없는 것 같으면 모르겠지만
사실 저는 SNS를 통해 그 여자의 일상을 들여다볼 수가 있는 상황이었거든요.
자꾸 한번씩 체크하듯 보게 되더라고요.
어디서 살며 무슨 일 하는 사람인지도 알았고, 연락처까지도 우연찮게 알게 되었습니다.
어쩌다보니 그 여자 남편과 여동생의 SNS까지 알게 되었죠.
다행히(?) 그 여자는 결혼을 해서 행복한 일상을 과시하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어쨌거나 행복한(?)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이기는 하더군요.
그러나 그런 식의 엿보기가 마음에 걸려, 곧 그만두었죠.
자기 인연 찾아 잘 사는 사람을, 내가 뭐라고 자꾸 신경쓰나 싶더군요.
그렇게 덮어두고 살아온지 몇 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우연히, 남편의 핸드폰을 보고 가슴이 철렁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예감이랄까 육감이랄까...
남편이 최근 들어 짧은 메시지를 주고 받은 한 사람이 바로 그 여자인 것 같은 느낌이더군요.
예전에 그 여자가 쓰던 특정한 표현문구 하나와
내용 중에 언급된 특이한 이름 하나가 눈에 익더군요.
확인 결과 그 여자가 맞았습니다.
불쾌했고 뭔가 대단히 의심스러웠죠.
그런데 또 주고 받은 내용은 별 게 없는 겁니다.
친구지간이나 아주 오래된 연인들처럼 심드렁하고도 짧은 메시지로
어떻게 보면 저와의 대화보다 더 편한 어투였습니다.
이 일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남편한테 따지고 드는 게 과연 현명한 일일까?
그러자면 지난 세월 동안 혼자만 알고 모른 척 하던 것들을 다 꺼내야 합니다.
그리고 제가 몰래 관찰해온 것들까지도요.
그랬다가 오히려 남편이 저를 욕하며, 문제의 논점을 흐리지 않을까요?
둘 다 멀쩡한 가정이 있는 사람들인데, 설마하니 더 무슨 짓을 할까...
그래서 저는 일단 모른 척 하고,
다시 그 여자의 일상을 들여다보게 된 겁니다.
그런데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제가 알던 경로로는 더 이상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동생과 남편쪽을 한번 들여다보았는데
분위기가 이상했습니다.
딱 잘라 표현되진 않았지만, 그 사이에 이혼을 한 모양이었습니다.
남편이라는 사람은 이미 해외에 나가 있더군요.
그 사실을 알고나니 제 남편의 문제도 달리 보입니다.
옛 연인끼리 간단한 안부나 묻는 걸로 보이지 않고
다시 감정에 불을 붙인 걸로 보입니다.
밖에서 따로 만났다는 말은 없지만, 안 만났다고도 볼 수 없습니다.
이혼까지 한 마당에 십 수년 전 남친과 다시 연락을 재개한다는 것이
큰 결단 없이 되는 일인가요?
남편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가 상처를 줬던 여자와 이제 와서 희희낙낙 무얼 하겠다는 거죠?
그러고보니 제 자신의 행동도 참 기묘해 보입니다.
그 여자의 존재를 알고도 오랜 시간 모른 척 해왔고
혼자서 몰래 엿보며 감시해온 거잖아요.
좋게 생각하자고, 긁어부스럼 만들지 말자는 생각으로 참은 것이지만
지금 보니 참 음흉하게 보입니다.
이런 상황이 정말 어이없고 싫네요.
저는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
SNS라는 그물망이 저에게 병주고 약주는 것 같습니다.
차라리 몰랐다면 마음은 편했겠죠?
하지만 제가 마음 편히 사는 동안 그들이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했을 수도
있었겠다 싶습니다.
알게 된 이상 그냥 둘 수는 없고
남편에게 무어라 말하며, 무엇을 요구해야 할까요?
자기들은 정당한 우정일 뿐이고, 의심하는 네가 이상한 거라고 나온다면
저는 정말 화가 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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